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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실
도쿄의 분주한 도로 위로 거대한 노란색 캐딜락 드 빌 한 대가 다른 운전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며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물고기 떼 사이로 상어 한 마리가 지나가는 듯했다. 칼린스키와 나카야마는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서 선팅한 창문 내부를 무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송사리들 같으니라고.
부유한 일본 사업가들은 보통 편안하고 우아한 리무진이나 타운카 또는 고급 닛산 차를 선호했다. 하지만 탈것에 관한 한 나카야마의 철학은 확고했다. 나카야마는 핸들이 왼쪽에 달린 거대한 캐딜락을 수입했다. 엄청나게 크고 이국적이어서 거리에 있는 다른 차들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나카야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나카야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동차가 좁은 거리를 유유히 달리는 동안 나카야마와 칼린스키는 위스키를 마시며 가라오케의 가치에 관해 언쟁을 벌였다. 나카야마는 일본인답게 가라오케에서 노래하는 일에 경의를 표하며 이는 예술이나 다름없는 행위라 평했다. 칼린스키는 미국인답게 술 취했을 때 신나서 노래 부르다가 깨고 나면 후회하는 유치한 행위라고 정의했다. 각기 다른 세계에서 온 이 두 사내는 좋은 위스키에 높은 가치가 있다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합의를 보았다. 각자 잔을 다시 채우고 가라오케 안건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후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