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입에 머금은 술을 충분히 음미해 넘긴 후 말을 꺼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답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칼린스키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카츠 일은 어떻게 된 겁니까?”

“카츠 일이라니요?”

“카츠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카츠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칼린스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카츠에 관해 물을 적당한 때를 엿보았으나 그런 순간은 통 오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친구의 자리를 차지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었다. “못 알아들은 척하지 마세요. 제가 카츠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걸 당신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언젠가 그에 관해 물을 걸 알고 계셨을 텐데요. 그러니 다시 묻겠습니다. 카츠 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여기서 카츠는 당연히 마이클 카츠를 가리켰다. 현실적인 실용주의자인 카츠는 이제 막 시작된 비디오게임 업계에서는 이미 장인으로 보아도 무방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의 경력은 마텔 최초의 LED 휴대용 게임기 마케팅을 담당했던 19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츠는 이 신제품 라인을 5억 달러짜리 사업으로 키운 후 콘솔을 만들던 벤처기업 콜레코(Coleco)로 옮겼는데, 안타깝게도 이 회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 후에는 수익이 변변치 못한 소규모 컴퓨터 게임 회사인 에픽스(Epyx)의 대표를 맡았다가 1985년에 과거 영광에 기대어 근근이 버티는 아타리로 옮겼다. 카츠는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었다고 볼 수 있는데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대표로 있던 시절은 성공과 실패의 딱 중간 정도였다.

남아도는 기성 부품으로 싸게 제작한 전자 게임기에 ‘SG-1000’ 등의 이름을 대충 붙여서 출시하는 게 고작이었던 세가는 마스터 시스템(Master System)*을 출시하면서 광대한 가정용 비디오게임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이 제품은 닌텐도의 NES와 비슷한 세가의 8비트 콘솔로, 닌텐도의 엄청난 성공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더 큰 꿈을 품고 있었다. 세가는 일본에서 1985년에, 북미 지역에서 1986년에 마스터 시스템을 출시했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닌텐도의 성장세를 둔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게 분명했다. 나카야마는 8비트로 승리를 점칠 수 없다면 전장을 옮기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적어도 선발 주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볼 수 있을 터였다. 세가는 마스터 시스템 사업을 서둘러 접고 다음 세대 비디오게임 제작에 집중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NES보다 두 배로 강력한 16비트 게임기였다. 세가는 최첨단 16비트 시스템을 메가 드라이브(Mega Drive)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먼저 출시했고, 추후 북미에는 제네시스(Genesis)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를 통해 ‘겜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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