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상자 모양의 회색 엘리베이터에 다다르자 나카야마는 회의에 빠진 칼린스키를 안심시켜보려 했다. “뒤로 갈수록 점점 나아질 겁니다.”

칼린스키는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자 나카야마는 칼린스키를 세가의 정수가 집결된 극비 연구개발실로 안내했다. 커다란 컴퓨터,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구, 분해한 텔레비전 등이 기다란 탁자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칼린스키는 비디오게임으로 세상을 정복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사악한 과학자의 은신처가 꼭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카야마는 연구개발실 구석구석을 칼린스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온갖 종류의 발명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존재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정교한 물건들이었다. 경주용 차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화려한 그래픽은 게임이라기보다 꿈을 현실로 옮긴 것처럼 보였다. 칼린스키가 마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보았던 제품들보다 엄청나게 발전된 제품들이었다.

나카야마는 그를 작은 탁자로 데리고 가서 작고 검은 기기를 건네주었다. “게임 기어(Game Gear)입니다. 올 10월에 일본에서, 내년에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입니다.” 손에 쥐는 느낌이 훌륭했다. 나카야마가 기기를 켜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그래픽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칼린스키는 닌텐도의 가정용 콘솔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휴대용 기기 게임보이(Game Boy)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칼린스키도 게임보이에 내장된 중독성 강한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가 일으킨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게임 기어에도 ‘테트리스’와 비슷한 게임인 ‘컬럼스(Columns)’가 내장되어 있었다. 중독성은 ‘테트리스’ 못지않은데 게임보이의 탁한 노란색 영상 대신 선명하고 아름다운 컬러 화면을 제공했다. 나카야마는 다른 것을 더 보여주고 싶었으나 칼린스키는 게임 기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나카야마는 팔꿈치로 칼린스키를 쿡 찌르며 말했다. “그건 가져가세요. 딸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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