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카야마는 칼린스키에게 세가의 눈부신 미래를 엿볼 기회를 주었다. 영화 수준의 그래픽을 제공하는 CD 기반 게임기였다. 특정 게임에서는 3D 안경이나 커다란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더욱 생생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카야마가 가장 아끼는 제품 앞에 도착했다. ‘제네시스’였다. 칼린스키는 이 아름다운 검은 괴물을 응시했다. 매끈하고 유혹적이었다. 그래픽과 스토리 또한 닌텐도라는 별거 아닌 적수를 박살 낼 만한 수준이었다. 칼린스키는 카츠가 도대체 왜 이런 제품을 팔지 못해 고생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카야마는 칼린스키의 눈이 환상적인 사탕 가게에 들어선 아이의 눈처럼 커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지금 눈앞에 진열된 달콤한 사탕이 몽땅 네 것이라는 말이라도 들은 아이 같았다. “마음에 듭니까?”

칼린스키는 태연한 척하려고 잠시 뜸을 들였다. “괜찮군요.”

“아, 그럼요. 물론 괜찮은 제품입니다. 이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금 조용한 곳으로 가실까요?”

칼린스키는 살펴보던 컨트롤러를 내려놓았다. 마치 자신의 손에 맞추어 설계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품이 손에 편하게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는 나카야마와 함께 연구개발실을 나서며 자신의 내면에서 소년 같은 열정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써야 했다. 지금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간만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기대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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