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톰 칼린스키 이야기
나카야마는 칼린스키를 시내의 유명 호스티스 바로 데리고 갔다. 손님들이 꽤 붐비는 데다 술 취한 사람들이 이따금 내는 낄낄거리는 소리, 순진한 여학생처럼 차려입은 창백한 피부의 여성들이 내는 교태 섞인 웃음소리 등이 뒤섞여 나는데도 내부에서는 묘한 고독감이 맴돌았다. 실내가 어두웠기 때문일 수도 있고, 바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잠시 자신의 사생활이 존중받길 원할 뿐 다른 누구의 일에도 말려들 생각이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바에서 일하는 게이샤가 그들에게 작은 사케 잔을 들고 다가오자 나카야마가 물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걱정되는 겁니까?”
“우선 가족을 데리고 이사한다는 게 그리 내키지 않습니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므로 칼린스키는 정든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야 했다.
“캘리포니아 북부가 딱 적당합니다. 모든 일이 거기서 일어나잖습니까? 그럼 다른 문제는요?”
칼린스키는 사케를 홀짝이며 말했다. “다른 문제라…. 많죠.”
나카야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많다’는 말 뒤에 사실은 하나의 원인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 대체 뭐가 문제인지 말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