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어쩌면 나카야마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스트레스가 하나의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들일 수도 있었다. 칼린스키는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걱정거리를 추려보았다. “한 번에 무너져 내릴 게 자명한 곳에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실패가 용인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갈 수 있고, 제가 하는 일의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건을 원합니다. 정리하면, 마텔에서 한 경험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칼린스키는 퉁명스럽게 말을 맺으며 자신이 수년간 묻어두었던 진심이 튀어나온 것을 느꼈다. 나카야마는 사케 잔을 비우며 말했다. “좋습니다. 제 밑에서 일하는 동안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제 합의안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칼린스키가 기다리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바 건너편에서 일어난 특이한 상황에 잠시 주의를 빼앗겼다.

“그래서 답이 뭔가요?” 나카야마가 물었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의 목소리를 듣긴 했지만, 6미터쯤 떨어진 테이블 앞에 있는 잘 차려 입은 남성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품위 있는 의상만 보아도 성공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성들, 아부하는 친구들, 엄청난 양의 술병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 말쑥한 신사는 오직 한 가지에만 완전히 빠져있었다. 게임보이였다. 다른 어떤 것도 그의 손가락이 닌텐도 휴대용 콘솔의 버튼을 분주히 누르는 걸 방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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