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렇듯 모든 기억이 물밀 듯 밀려들자 칼린스키는 자연스레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동시에 자신이 지금껏 늘 자신감 있게 살아왔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이러한 자신감은 1970년에 가장 두드러졌다. 당시 상원의원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Margaret Chase Smith)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크게 강화한 고당분 제품의 판매 광고 전략을 조사하기 위해 분과위원회 청문회를 열었다. 마일스 연구소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든 제품들(시리얼, 주스, 사탕처럼 생긴 씹을 수 있는 비타민제 따위)에 영양 성분을 첨가하면 건강한 식품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대중에 심어주려 한다는 혐의를 받았다. 스미스 의원은 청문회 증인석에 선 칼린스키에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속여 실제로는 사탕을 팔고 있다고 질책했다. “칼린스키 씨.” 그녀는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정말 아이들에게 약을 팔아도 좋다고 생각했나요?”

자신이 그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사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칼린스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질을 당하자 진실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저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아동의 50%가 영양 결핍입니다. 솔직히 아이들이 비타민을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장내가 숙연해졌다. 칼린스키가 증인석에서 내려오자 청문회를 지켜보고 그의 증언에 깊은 인상을 받은 마텔의 중역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칼린스키에게 유아용 제품 사업부 책임자 자리를 제안했다.

2년 후 칼린스키는 마텔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루스 핸들러(Ruth Handler)의 초대를 받았다. 그의 경력상 최초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루스가 분노와 낙관이 묘하게 섞인 특유의 탁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바비가 완전히 망했다, 끝장났다고 하더군. 작년에 처음 실적이 감소했을 뿐인데 말이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이 업계에서는 그래프가 한번 꺾이면 내리막길뿐이고 절대 멈출 수 없다는 뜻이야.” 그녀는 말을 마치며 부드럽게 하지만 힘 있게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다들 바비를 접고 다른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던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