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루스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물론 바비가 매력적인 금발 인형이긴 해. 그래도 사람들이 질리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 그런데 그토록 확신하는 이유가 뭔가?” 희미한 미소가 루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미소에 능숙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칼린스키는 이러한 미소가 순수한 호기심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충동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질리지 않을 겁니다. 바비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에요. 바비는 어떤 여성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꿈이나 판타지를 이룰 수 있다는 일종의 약속입니다. 누구든 바비를 통해 자신이 되고자 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칼린스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아, 그리고 아까 하신 말씀은 맞습니다. 바비가 못생기지 않았다는 점도 도움이 되긴 할 겁니다.”

루스는 힘차게 책상을 내리쳤다. “훌륭하군! 정답이야. 승진 축하하네. 이제 자네는 바비의 마케팅 책임잘세. 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으니 당장 나가서 이제 나머지 세상을 설득해보게나.” 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를 방에서 내보냈다.

그 후 그는 실제로 세상을 설득했다. 시장을 세분화한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바비 라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마텔은 매 시즌 신제품을 하나만 출시하던 전략을 버리고 폭넓은 연령대의 다채로운 취향에 맞춰 다양한 가격대의 바비를 동시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에 따라 ‘트위스트 앤 턴 바비(Twist NTurn Barbie)’, ‘발레리나 바비(Ballerina Barbie)’, ‘하와이안 바비(Hawaiian Barbie)’, ‘프레지던트 바비(President Barbie)’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그뿐 아니라 ‘빅 비즈니스 켄(Big Business Ken)’, ‘그로잉 업 스키퍼(Growing Up Skipper, 왼팔을 돌리면 가슴이 커지고 허리가 가늘게 길어지는 바비의 여동생 스키퍼 라인)’ 같은 바비의 가족과 친구들 라인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갔다. 칼린스키는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시장을 최대한 공략해보기 위해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 밥 매키(Bob Mackie) 등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한정판 의상을 입힌 고가의 컬렉터블 라인도 출시했다. 그 결과 4,200만 달러였던 연 매출이 1970년대 말 55천만 달러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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