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바비와 히맨이 연달아 히트하자 사람들은 칼린스키가 손만 대면 마법처럼 성공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칼린스키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듣는 게 좋았다. 세상에 마법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존재하든 말든 사실 상관없었다. 장난감이나 비타민제, 잡지를 팔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이야기의 힘이었다. 그게 비법이었다. 혼돈 그 자체인 세상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유일한 존재가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주효했다. 칼린스키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비법을 깨달았다. 기억에 잘 남을 만한 보편적이고 복잡하고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무슨 일이든 가능했다.

“더 드릴까요? 잔이 빈 것 같아서요.” 아까 왔던 게이샤가 데운 사케 병을 들고 다시 나타나 그의 잔을 가리키며 물었다.

칼린스키는 현실로 돌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 게임 기어가 들어오자 갑자기 잔을 채우려던 동작을 멈췄다. 건너편에 있던 잘 차려 입은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둘러싼 세상도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허, 이것 좀 보게.’ 칼린스키는 갑자기 세가와 비디오게임 산업,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이 어떻게 변할지 계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비디오게임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릴 적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사람, 세상이 끝없이 놀랍고 신기하던 시절의 자유로움과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터였다. 비디오게임에 관심이 없다는 건 그저 자신이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는 뜻일 뿐이었다.

“이게 뭔가요?” 정신을 차린 게이샤가 칼린스키의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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