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04
뒤늦은 후회

칼린스키는 세가가 임대한 1층짜리 창고 안의 새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지금껏 일해온 곳과 얼마나 다른 곳에 와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마텔의 8층짜리 건물이나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J. 월터 톰슨의 고층 건물과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위스콘신 맨> 잡지를 창간하던 대학 시절에 머문 아파트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 그래도 창문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자신을 달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자그마한 회사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은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대표이자 CEO로 취임한 첫날이었다. 아직 직원들을 몇 명 만나지 못했지만 주차된 차가 각기 누구의 것인지 맞춰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런 지독한 멍청이를 봤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칼린스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가 낸 소리는 마치 물음표를 음성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이클 카츠였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문 옆에 서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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