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스키는 도요다를 따라 창고의 널따란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작은 건물이지만 훤하게 트여 있는 분위기여서 상자가 벽을 따라 많이 세워져 있는데도 어수선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칼린스키는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 “최근에 댈러스에 다녀왔다고 한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일로 다녀왔습니까?”
“네, 가족들이 댈러스에 있습니다.” 도요다는 곧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이어갔다. “미쓰비시(Mitsubishi)에서 일하기 위해 일본을 떠났을 때 아내와 함께 댈러스에 정착했습니다. 아내가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 거기서 지내고 있어서 저도 주말이면 댈러스로 갑니다.”
“매주 비행기를 탄다고요? 댈러스에서 통근하는 셈이군요.”
“네, 맞습니다.” 도요다는 부드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건…” 칼린스키는 ‘미친 짓’이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자신도 곧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보다 거리는 조금 짧겠지만, 통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이제 학기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기 때문에 캐런은 딸들과 함께 내년 여름까지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칼린스키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작은 집을 빌려서 지내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한 상태였다. 주말이면 그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차를 몰고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다시 베이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해야 하는 상황이 칼린스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딸들을 데리고 급작스럽게 이사를 하는 것도 좋다고 볼 수 없었다. 세가에서 1년 넘게 근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히 그러했다. 생각해보라. 적어도 매주 댈러스에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건… 훌륭하네요, 시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