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도요다는 그를 커다란 탁자가 놓인 어둑어둑한 회의실로 이끌었다. 짙은 색 나무로 마감한 방을 열두 명 정도의 직원이 꽉 채우고 있었다. 칼린스키는 잠시 자신을 소개하고 오늘은 단지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온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로는 몇 분간 호들갑스러운 환대와 아첨, 미래에 관한 장밋빛 전망에 관한 말들이 이어졌다.

상투적인 인사말이 오간 후 회의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칼린스키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회의라고 불러도 좋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회의란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다. 보통 좋은 의견, 나쁜 의견, 불분명한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발의되고 그중 업무에 적용할 가장 우수한 의견을 선별한다. 회의를 통해 업무 진행 상황이 공유되고 전략이 논의되기 때문에 회의를 마친 후에는 참석한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약간이나마 자신감을 얻어서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이와 판이했다. 여기에서는 불평불만이 이루는 불협화음이 너무 커서 어떠한 의견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아토믹 로보 키드(Atomic Robo-Kid) 상황은 요즘 어떻습니까?”

“쓰레기 같은 게임 얘기는 해서 뭐합니까?”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큰소리를 칩니까?”

“쓰레기 같은 게임을 만든 건 UPL에 있는 멍청한 작자들이고 그걸 제네시스에 넣자고 한 건 일본에 있는 멍청이들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일하는 어떤 멍청이가 쓸데없이 많이 주문해놔서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금 그거 제 얘깁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작작 좀 합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배비지스(Babbages)* 일로 해고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오. ”

 

 


* 비디오게임 제품, 소비자 가전제품, 무선 서비스를 다루는 미국의 소매업체다. 2016년 현재 게임스톱(GameStop)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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