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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카드 금지령을 피하기 위해 모양 4개, 숫자 12개로 구성된 서양 카드 생산을 순순히 중단하고, 대신 한 해를 이루는 계절(역시 4개)과 달(역시 12개)로 구성된 카드를 만들었다. ‘하나후다(はなふ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새 카드는 그림과 게임 규칙이 바뀌었고 브리지나 마작처럼 더 복잡한 게임을 하기에 적합했다. 결국 하나후다도 금지품이 되었지만,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게임만으로도 19세기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1885년 조금 더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는 지도자가 정권을 차지한 후 도박이나 하나후다 생산에 대한 제한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6세의 야마우치 후사지로처럼 불법 게임을 몰래 즐기던 사람들이 몇 세기 만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야마우치는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1889923일, 운명처럼 닌텐도 가게를 열었다.

야마우치는 교토 심장부에서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에 부드러운 점토를 섞은 후 그 위에 딸기 같은 과일이나 꽃잎 등을 재료로 만든 잉크로 그림을 그려 넣어서 카드를 만들었다. 닌텐도 카드는 교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중에서도 겉면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그림이 새겨진 ‘대통령’ 시리즈가 특히 인기였다. 이러한 닌텐도의 승승장구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가로막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며 제동이 걸렸다. 초기 몇 년간 잘 나간 덕에 이미 교토에는 하나후다 카드가 없는 집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후 수요가 급감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수요가 절대 줄지 않을 곳, 도박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우리나라의 화투에 영향을 미친 일본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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