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5. 샘 보로프스키 어소시에이츠

1980년대 초반 비디오게임 업계가 큰 호황을 맞자 너도나도 여기서 한몫 보겠다고 덤벼들었다. 반려견 사료 ‘척 왜건(Chuck Wagon)’ 브랜드 홍보용으로 ‘체이스 더 척 왜건(Chase the Chuck Wagon)’ 게임을 만든 퓨리나(Purina)처럼 이전에 게임 업계에 전혀 손을 대본 적 없는 회사, 미로 안에서 악마 같은 세무사와 부담스러운 국세청 직원을 피해야 하는 ‘택스 어보이더(Tax Avoiders)’ 게임을 만든 던힐 일렉트로닉스(Dunhill Electronics)처럼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회사, 벌거벗은 카우보이가 원주민 여성을 강간하려고 쫓아다니는 1982년작 게임 ‘커스터스 리벤지(Custers Revenge)’처럼 외설적인 게임을 만드는 데 재능을 보인 미스틱(Mystique) 같이 시장을 양극화하겠다고 나선 수준 미달 회사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이런 게임이 범람하면서 시장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갔다.

한때 뜨거웠어도 시간이 지나면 식는 게 세상의 이치다. 이처럼 북미 지역의 비디오게임 열기도 서서히 식어갔다. 아타리 같은 하드웨어 회사가 파산하고 세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제품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시어스(Sears) 같은 유통업체는 절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당시 닌텐도는 황금기에 떠받들었던 신을 내버리는 마음으로 고릴라를 뗏목 삼아 타고 핏빛 강물을 유유히 미끄러져 갔다. 동키 콩에서 꾸준히 흘러들어오는 자금 덕분에 아라카와, 스톤, 주디, 링컨은 NOA가 기적처럼 산업을 부활시키고 닌텐도가 대권을 장악하는 신세계가 올 거라고 꿈꿀 수 있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언젠가는.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