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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이미 그런 시대가 찾아왔다. 야마우치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거금이 또 한 번 수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탄생한 제품은 패밀리 컴퓨터(Family Computer)였다. 보통 줄여서 패미컴(Famicom)이라고 부르는 이 제품은 그때까지 존재했던 어떤 제품보다도 뛰어난 8비트 콘솔이었다. 일본은 사업 실패에 대한 관용의 폭이 좁은 보수적인 시장이었다. 닌텐도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 ‘동키 콩’, ‘동키 콩 주니어(Donkey Kong Jr.)’ 그리고 미야모토가 결국 저작권 협상에 성공해 완성한 ‘뽀빠이(Popeye)’까지 총 세 가지 게임과 함께 19837월 패미컴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에는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대대적인 광고를 벌이는 동시에 9월에 미야모토의 신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까지 출시하자 상황은 나아졌다. 이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일부 콘솔에 불량 칩셋이 들어가 특정 게임에서 멈춰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며 다시 상황이 나빠졌다. 그러나 닌텐도는 불량 제품만 수리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제품을 리콜했다. 야마우치는 이 때문에 수천만 달러의 손해를 입더라도 품질을 우선시하는 수준 높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닌텐도는 금세 손해를 메꾸었을 뿐 아니라 공장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판매량이 경이적인 추세로 증가하자 야마우치는 패미컴을 미국에도 소개하라고 아라카와를 압박했다. 아라카와는 아직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계속 거절했다. 미국은 비디오게임 시장 붕괴로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아무리 좋은 콘솔이라 해도 부적절한 시기에 출시하면 재앙만 초래할 뿐이었다. 아라카와가 일본 측 제안을 수락한 건 1984년이었다. 당시 이들이 주문한 내용은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에서 판매할 콘솔을 콘솔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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