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보로프스키는 머뭇거리는 아라카와를 기꺼이 설득할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보로프스키는 몇 달에 걸쳐 아타리가 경험했던 위기와 해결책 그리고 향후 제품 출시에 관한 계획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초과 공급 문제를 일례로 들자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공급량을 주문량보다 낮게 유지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사이에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는 패미컴에 아동용 일체형 오락기라는 새 옷을 입혔다. 제품 모양을 투박한 회색빛 도시락 형태로 바꾸고 이전 제품과 차별화된 새로운 용어도 사용했다. 이제 카트리지는 ‘게임팩(Game Pak)’, 하드웨어는 ‘컨트롤 덱(Control Deck)’으로 부르기로 했고 전체 비디오게임 콘솔에는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NE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라이트-재퍼 건(light-zapper gun)’과 귀여운 대화형 로봇 ‘R.O.B’라는 두 가지 획기적인 액세서리를 더하는 것으로 혁신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모든 조각이 맞춰지자 아라카와는 지금이 시장을 향해 진격할 때이며 이 일을 이끌 적임자가 보로프스키라는 데에 마침내 동의했다. 보로프스키는 아라카와의 동의를 얻자마자 뉴욕 전역에 있는 소매업체를 찾아가 간청하고 애원하고 흥정하기 시작했다. 크레이지 에디(Crazy Eddie), 더 위즈(The Wiz)**부터 메이시스 백화점(Macys), 짐벌스 백화점(Gimbels)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다. 보로프스키는 닌텐도를 받아줄 희망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고 그의 곁에는 늘 26인치짜리 트렁크를 든 충직한 직원 랜디 프래츠먼(Randy Peretzman)이 있었다. 샘 보로프스키 어소시에이츠의 영업 부사장인 프래츠먼은 브롱크스 출신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열정적인 세일즈맨이었다. 그는 늘 정직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시연과 발표에 재능이 있었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NES의 첫 번째 시제품을 맡은 그는 완충재를 채운 회색 트렁크에 제품을 넣고 도시 전역을 다니며 물건을 직접 보여주면서 믿음을 잃은 소매업자들의 의심을 녹이는 데 열중했다.

 

 


당시 뉴욕 지역을 중심으로 체인점을 운영하던 전자제품 할인 판매업체였으나 1989년 폐업했다.

** 북미 지역에 체인점이 있던 전자제품 판매점이었으나 2003년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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