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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은 아라카와의 제안을 오랫동안 거절했다. 비디오게임과 햄버거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으며 캐나다에서는 나름 대어로 대접받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큰물에 가면 피라미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있는 처키 치즈 가맹점과 밴쿠버에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 두 곳의 영업권을 사들이는 등 몇 차례 음식점 사업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NOA와 어울리진 않지만 수익성은 보장받을 만한 사업이었다. 입사 제안은 거절했지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메인이 친절하게 조언해주곤 했다. 메인이 음식점 경영 전문가라는 사실은 아라카와가 메인을 더욱 욕심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메인은 번번이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운명적인 전화를 받은 1986년 무렵에는 그도 인생의 큰 변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침 론 주디도 유럽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메인은 NOA3인자가 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문제될 소지는 여전히 다분했다. 그래서 메인은 자신의 미래를 운에 맡겨보기로 했다. 메인은 단비 같은 휴가를 위해 아내와 함께 아시아로 떠났다. 여행에 앞서 그는 미국 H1-B 비자†††를 신청해두었다고 아라카와에게 전했다. 그리고 만약 비자가 발급된다면 닌텐도로 갈 것이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캐나다에서 음식점을 차리겠다고 했다. 이런 비자가 발급될 확률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메인은 곧 지겨운 게임 카트리지 얘기를 듣지 않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 이틀째 밤에 아라카와와 링컨이 그가 묵고 있는 홍콩의 호텔로 전화해서 비자가 발급되었다는 소식을 기쁜 목소리로 전했다. 19874월 피터 메인은 그렇게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영업 및 마케팅 부사장이 되었다.

 

 


†††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전문직이 신청할 수 있는 단기 체류 취업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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