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틸든은 잡지 제목부터 정하기로 했다. “Now Youre Playing with Power!”라는 광고 문구에서 따온 ‘파워 플레이어(Power Player)’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그 상표를 이미 등록해둔 다른 업체가 있었던 데다 아라카와가 제목에 ‘닌텐도’라는 말을 넣기 원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후보를 찾아야 했다. ‘닌텐도 나우(Nintendo Now)’, ‘플레잉 위드 닌텐도(Playing with Nintendo)’ 등의 후보가 거론되다가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찾았다. 바로 ‘닌텐도 파워(Nintendo Power)’였다. 그 후 틸든과 필립스는 앞으로 출시할 게임을 소개하는 ‘팩 워치(Pak Watch)’ 섹션과 극비 팁이나 요령, 코드를 알려주는 ‘클래서파이드 인포메이션(Classified Information)’ 등의 섹션을 생각해냈다. 이 정도면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플레이어들과 조금 더 직접적으로 소통할 방법이 필요했다. 잡지를 만드는 우리도 플레이어 여러분만큼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다음으로는 <닌텐도 파워>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정해야 했다. 이를 위해 틸든과 필립스는 일본 도쿄로 날아가 소규모 디자인 회사인 워크 하우스(Work House)를 만났다. 일본 모회사도 만족하고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도 훔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디자인을 만드는 게 만남의 목적이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동양과 서양의 문화양식을 동기화하는 일이 그렇게 순탄히 진행될 리 없었다. 워크 하우스 측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했고 틸든은 절제된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녀는 밝고 환한 레이아웃을 좋아했고 워크 하우스는 연하고 흐릿한 레이아웃을 좋아했다.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지만, 틸든은 자기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이건 아이들이 걸려있는 문제였다. 그녀가 만들 잡지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우편함으로 한달음에 달려갈 이유,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밤늦도록 책장을 넘길 이유를 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NOA에서 ‘마녀’로 통하는 틸든이니만큼 논쟁해도 아무 소용없을 거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결국 그 농담이 분위기를 좋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 틸든에게는 ‘마녀’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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