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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겐은 아타리 게임스(Atari Games)가 만든 비디오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퍼블리셔이자 개발사였다. 이 회사는 아타리가 1980년대 초반부터 출시한 인기 게임 대부분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특히 인기 있는 게임 몇 편을 NES에서도 출시하길 원했다. 텐겐을 이끌던 나카지마 히데유키(Nakajima Hideyuki)는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닌텐도와 접촉해본 후 상대는 자신과 논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닌텐도는 모든 계약자에게 일괄적으로 내미는 표준 저작권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다. 텐겐이 NES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닌텐도 외 타사 콘솔에서 게임을 출시할 수 없고 수익의 30%를 사용료로 닌텐도에 바쳐야 한다는 매우 편파적인 내용이었다. 이 계약서에는 카트리지를 닌텐도에서 직접 사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트리지 1개당 10달러나 되는 비싼 금액을 내야 할 뿐 아니라 제품을 언제, 얼마나 공급할지도 닌텐도 마음대로 정했기 때문에 계약자로서는 무척 답답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조항이었다.

이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나카지마는 표준 계약 조항 조정 협상을 위해 1986년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사장인 아라카와 미노루, 부사장인 하워드 링컨이 참석하는 특별 회의를 주선했다. 텐겐이라면 예외적인 대우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카지마는 텐겐의 모회사인 아타리가 비디오게임 산업을 탄생시킨 주역이므로 특전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특히 닌텐도 표준 계약에서 정한 바와 달리 1년에 5편 이상의 게임을 출시할 권리를 주면 좋겠다고 정중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라카와와 링컨은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어떠한 특전도 제공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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