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녀는 그림을 살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고스족*을 주 사용자 층으로 끌어들인 최초의 비디오게임 회사가 되겠군요.”

“나카야마는 아주 마음에 들어하더군요.” *

“당연히 그렇겠죠. 뼛속까지 일본 스타일이에요. 가슴 큰 여자 친구가 교복을 입지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그녀의 시큰둥한 반응에 칼린스키는 웃음이 터졌다. “여자 친구 이름이 마돈나랍니다.”

“왜 아니겠어요. 우리한테 주어지는 재량권은 어느 정도라던가요?”

“질문을 주고받을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슈뢰더는 그림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각자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고쳐볼 수 있을까요?”

슈뢰더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아주 끔찍한 결과물이 탄생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2위를 차지한 게 달걀이었다니 말 다했죠. 당연히 훌륭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최악은 아니에요. 어떻게든 손볼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녀의 낙관론이 칼린스키의 기운을 북돋았다. “좋습니다. 이 녀석을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어봅시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아이콘들끼리 어울려 노는 곳을 압니다. 앨도 데리고 함께 가봅시다.”

 

 


* 어둠의 시대로 묘사되는 중세 고딕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한 고스(goth) 하위문화를 따르는 이들을 가리킨다. 18~19세기에는 죽음, 공포, 초자연적인 사건 등을 다루는 고딕 문학 장르가 인기를 끌기도 했고 1980년대 영국에서 고딕 록 장르가 등장하기도 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화장, 검은 옷, 검은 머리 등이 고스 문화를 대변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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