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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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그렇게 놀란 척할 거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였다는 거,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똑똑하긴 하지만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한 EA의 창립자 트립 호킨스가 딱딱거렸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의 지시에 따라 리우와 도요다 그리고 세가의 법률 고문 라일리 러셀(Riley Russell)을 데리고 EA의 사무실로 향했다. 호킨스를 비롯해 마케팅의 귀재 빙 고든(Bing Gordon), CEO 래리 프롭스트(Larry Probst), EA 법률 고문이 함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EA가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제네시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이루어진 두 회사 간의 협상은 몇 달에 걸쳐 이어졌다. 링에 오르기도 전에 세가가 녹아웃될 수도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칼린스키는 EA에 가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어떤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세가가 계획 중이던 미식축구 게임이 패착을 두었다는 소식도 그는 얼마 전에야 겨우 전해들었다. 마이클 카츠가 세가를 슈퍼스타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조 몬태나와 170만 달러짜리 계약을 이미 맺어둔 데다 소닉은 다음 해인 1991년 말 이후에나 출시될 예정이었기에 그때까지는 조 몬태나 풋볼(Joe Montana Football)이 제네시스를 대표해야 했다. 제네시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임, 제네시스의 판매를 이끌 게임,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에게 받고 싶어 하는 게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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