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 모든 일은 1년 전 호킨스가 큰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시작되었다. 그는 EA를 설립한 이래 비디오게임 콘솔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끈질기게 거부해왔다. 그는 비디오게임이라는 장난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용 컴퓨터와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1983년 아타리가 무너졌을 때 그 덕에 그는 천재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1987년 닌텐도가 일으킨 돌풍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그 때문에 허세로 가득 찬 멍청이 대접을 받았다. 그 후 닌텐도가 성장 가도를 달릴 때도 호킨스는 NES가 ‘양배추 인형 게임(Cabbage Patch Kids)*처럼 일시적인 유행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컴퓨터가 미래를 주도할 거라는 주장을 펼치며 기를 쓰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게다가 NES의 그래픽은 좋게 봐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기에 EA 게임의 엄청난 매력을 담아내기에도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스케이트가 아니면 죽음을!(Skate or Die!)’ 게임과 함께 모든 게 바뀌었다.

EA 내부 압박에 못 이긴 호킨스는 결국 약간 양보해서 코나미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EA스케이트가 아니면 죽음을! 게임을 여러 종류의 게임기에 배포할 권리를 주었다. 이 목록에는 NES도 포함되었다. 이는 EA 게임을 닌텐도 게임기에서 직접 배포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놓고는 그와 동시에 이를 우회할 길은 열어두겠다는 말이었으니 좀 이상한 결정이긴 했다. 그가 속한 컴퓨터 분야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까다로운 저작권 사용 계약을 내세우는 닌텐도와 직접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 콜레코에서 나온 인기 장난감 양배추 인형을 주인공으로 코나미(Konami)사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게임은 양배추 인형이 장애물을 넘도록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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