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광고가 나왔을 때 갑자기 그의 머리 속에서는 영화 생각이 싹 사라졌다. 광고를 보다가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시골에 있을 법한 평범한 다리를 보여주며 시작했다. 평화롭고 예쁜 그림이다. 그러다가 보기만 해도 졸리던 화면에 갑자기 “매우 위험합니다. 따라 하지 마십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뜬다.
다리 위에 선 두 사내가 출렁이는 강물 위로 뛰어내릴 준비를 한다. 나이키 에어 운동화를 신은 이는 초조한 모습으로 숨을 고른다. 리복 펌프 운동화를 신은 이는 허리를 굽히고 펌프를 눌러서 운동화에 공기를 주입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이 둘은 번지점프를 한다. 이들이 팔을 펼치고 뛰어내리는 모습을 느린 동작으로 보여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하강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번지 점프용 밧줄이 이들을 다시 잡아끈다. 리복 펌프 운동화를 신은 사내는 줄에 거꾸로 잘 매달려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다른 밧줄을 비추자 사내는 사라지고 나이키 에어 운동화만 남아있다.
칼린스키는 계속 텔레비전 화면을 주시했다. 광고의 메시지는 그게 끝이었다. 날카롭고 똑똑하고 재밌었다. 그 광고가 세가와 세가의 제품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머릿속에 뿌옇게 흩어져 있던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그 광고를 계속해서 다시 보고 싶었다. 캐런이나 닐슨, 그도 안 된다면 나카야마에게라도 당장 전화해서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그래도 밤새 고민할 시간이 있으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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