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스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닐슨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일하는 방식이 원래 그랬다. 갑자기 멍해 보이는 때가 자주 있었는데 알고 보면 최대로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버스터 더글러스, 게임 카트리지, 태평양, 아침 햇살, 과육이 느껴지는 상쾌한 오렌지 주스 등등 온갖 이미지가 동시에 그의 머리에 폭격을 퍼부었다. 겉으로 보기에 서로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억의 조각들이 베토벤의 화음부터 MC 해머의 비트, 언제나 유쾌한 ‘Zestfully clean’ 광고 음악¶까지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과 충돌했다. 그러다 번뜩 예상 밖의 형태로 퍼즐이 맞춰졌다.
세상에는 천천히 신중하게 작업하는 이들도 있다는 걸 닐슨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작업 방식은 정반대였다. 닐슨이 갑자기 외쳤다. “잠깐만요! 아예 자조적인 자세로 나가는 건 어떨까요?”
“오, 좋은 생각 같은데요. 좀 자세히 말해봐요.”
“이대로 묻어버리지 말자는 거예요. 망신살은 이미 뻗쳤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아예 없던 것처럼 감추는 대신 창피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비웃는 거죠.”
“제 발로 미끄러지자?”
“바로 그거예요! 실패를 인정하는 거죠. 아예 컬렉터 소장용으로 만드는 것도 좋고요. 핵심은 실패를 감추지 말자는 겁니다. 지금은 살이 많이 오른, 전 헤비급 세계 챔피언의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게임 자체는 진짜 재밌거든요. 게임의 생명은…”
“게임이다.”
닐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칼린스키가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P&G가 1952년 출시한 목욕 용품 브랜드 ‘제스트(Zest)’의 광고에는 ‘제스트를 쓰지 않았다면 제대로 씻은 게 아니다.’라는 뜻의 “You’re not fully clean unless you’re Zestfully clean!”이라는 가사가 달린 경쾌한 광고 음악이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