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자기가 본 광경을 믿기 어려웠다. 이들은 칼린스키의 의견에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가 한 말 때문에 이들은 이성을 잃고 분노했다. 어딘가 아픈 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어디서든 당연히 같이 일하는 사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겠지만 예의, 체면, 명예를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문화에서는 특히 더 문제가 된다는 걸 칼린스키도 알고 있었다.

칼린스키는 문득 두터운 벽이 자기 주위를 가로막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강력한 기시감을 느꼈다. 마텔에서 경험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가 마텔에서 인생 최고의 시절을 보내던 그 시간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삶은 하루아침에 끝나버렸다.

마텔에서 어쩌다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만 흘러갔었다. 일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했고 그런 삶에 만족하며 지냈다. 그는 마텔에서 자신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다. 1981년에는 10년간 승진을 거듭하며 일군 공적을 인정받아서 장난감 부서의 대표로 지명되었다. 그는 자신이 경력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느꼈고 전 세계 아이들에게 마법 같은 장난감을 판매하는 데 여생을 바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표가 된 후 장난감의 생산, 유통, 마케팅의 대부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전부 통제할 수는 없었다. 마텔은 주식회사였으므로 최종 결정권은 이사회에 있었는데 이사회진의 관심은 오로지 한 가지, ‘정도로 가느냐’였다. 이 문제가 회사의 성장이나 수익, 훌륭한 제품 만드는 것보다도 중요했다. 칼린스키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사회와 의견을 같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었다. 특히 그가 상상하는 마텔의 미래상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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