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사회는 칼린스키를 조용히 사임시킨 후에도 계속 마텔에 붙잡아두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에게 COO 자리를 제안했으나 이번에는 그가 거절했다. 정치적 싸움에 지치기도 했고 더 나은 일자리를 만날 거라는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보같이 나카야마가 더 나은 자리를 제안했다고 믿은 까닭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는 화가 난 이사회진 앞에 서있게 됐다.

세가 이사회의 불만이 계속 쏟아지자 칼린스키는 그의 가장 뛰어난 재능을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언변이었다. 어리석은 선택일지 모르나 어쨌든 그는 변호를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위험 부담에 대한 계산은 이미 마쳤습니다.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말을 좀 믿어주십시오. 닌텐도에 밀리는 게 진절머리가 나지 않습니까?”

이 말이 또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게 분명했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를 바라보았다. 그는 꼭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게 나카야마의 계획이었을까? 나카야마는 실패하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기 위해 자신을 고용했던 걸까? 하와이까지 와서 설득한 일, 일본에서 극빈 대우를 해준 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자율권을 약속한 일, 이 모든 것이 수년 전 칼린스키가 부지불식간에 저지른, 아니면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일에 복수하기 위해 나카야마가 섬세하게 쳐둔 덫에 불과한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칼린스키는 이사회에서 쏟아내는 불평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느꼈다. 몇 달 전 그는 이 자리에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관심은 오롯이 세가에 있었다. 그에게는 이 일이 가족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마지막 기회이자 자신이 늘 믿어왔던 바대로 성공적인 사람이라고 증명할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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