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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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우지가와 강에서 일어난 바람이 나지막한 히가시야마, 기타야마, 니시야마 산줄기 사이를 한바탕 휘몰아치는 밤이었다. 거기서 시작된 산들바람은 고요한 교토를 속삭이듯 가로지르고 정교하게 장식한 젠 스타일의 정원과 황궁 사이를 이리저리 누빈 후 한 수수한 창고 건물을 맞닥뜨렸다.

바깥에 세차게 바람이 부는지 알 길 없는 건물 안에서는 일본인 노동자들이 밤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체계와 혼란이 공존하는 개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비슷해 보였다. 이들은 일하는 동안 잠깐의 시간 낭비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근무 규칙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이들이 재료를 받아서 조립하고 시험하고 포장해서 적하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종교의례처럼 도식화되어 있었다. 닌텐도의 게임 콘솔 신제품 전량이 배송 준비를 마칠 때까지 이들은 이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교토에서 이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 전역에 있는 다른 창고에서도 이와 비슷한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닌텐도가 세운 ‘자정 배송 작전’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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