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여행 가방을 어깨에 멘 도요다는 분주한 쇼핑센터 한가운데 있는 빈 가게 앞으로 칼린스키를 데리고 갔다. 차양 아래 임대 표지판이 달린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도요다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칼린스키는 자신이 왜 여기에 서 있는지 바로 파악했고 어떤 일들이 가능할지 떠올리느라 이미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완벽한 위치였다. 월마트 본사 근처이고 도시 중심에 있는 데다 고속도로도 바로 인접해있었다. 빈 가게를 응시하는 그의 머릿속은 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진열할 온갖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생각도 없었다. 세가 제품으로 잠재 고객들의 관심을 끈 후 이들이 이러한 제품을 월마트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월마트가 열 받아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유일한 목적이 될 터였다. 둘이 공감하는 미래상의 크기와 범위가 점점 커지면서 빈 가게를 바라보고 선 칼린스키와 도요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나갔다.

“사람들에게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도요다가 앞을 응시하며 말했다.

“일주일 내내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할 수 있게 하죠.” 칼린스키가 덧붙였다. 칼린스키는 상상 속에 있는 방문객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몇 걸음 물러서서 다시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했다. “여기 보십시오.” 칼린스키가 식당 광고판을 가리켰다. 칼린스키가 그랬듯이 도요다도 그의 의도를 한눈에 이해했다. 광고판뿐 아니라 버스 정류장, 공원 벤치 등등 도시 구석구석을 세가 광고로 채워서 사람들이 어디로 가면 무료로 비디오게임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칼린스키와 도요다는 아칸소 벤턴빌을 세가 마을로 만들 작정이었다. 이들은 이 작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월마트가 눈가리개를 벗고 세가가 보여주려 했던 걸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만들어지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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