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올라프손은 수정으로 만든 화려한 말머리 조각이 담긴 유리 진열장을 지나쳐 갈색 소파에 앉았다. 긴 하루였기에 잠시 앉아서 쉬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저기 먼 곳을 다니는 데 익숙해진 그였지만 워싱턴 레드먼드에 있는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본사로 오는 여정이 아주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레드먼드는 무척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느껴졌다. 보통 맨해튼이나 로스앤젤레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유럽 도시에서 지내는 그로서는 이렇게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도시에 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잠시 주변을 감상한 후 소파에 기대어 그를 지금 이곳에 오게 한 독특한 삶의 궤적을 반추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수학과 과학, 시와 운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열일곱 살이 되자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두루 잘 받은 아마추어 교양인의 면모를 십분 활용해서 미국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크게 넓혀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의 브랜다이스대학교로 와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학부 졸업이 가까워 오던 1985년 그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있었다. 하나는 학업을 계속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물리학계라는 좁지만 존경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 자리다툼하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세상으로 나가 예상 밖의 삶을 사는 길이었다. 전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열띤 경쟁 구도에도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그의 마음은 후자로 기울었다. 그의 멘토이자 물리학 교수인 스테판 버코(Stephan Berko)는 과학도의 길을 포기하려는 그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총명했던 자신의 옛 제자 마이클 미키 슐호프(Michael Mickey Schulhof)와 만나볼 것을 권했다. 슐호프는 소니 아메리카 지사의 고위급 임원이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올라프손은 그를 만난 후 물리학을 그만두고 소니로 입사했다. 슐호프는 아이슬란드에서 온 이 젊은이에게 CD(CD-Rom)이라는 신기술을 소개했다. 올라프손은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HP,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에 콤팩트디스크의 놀라운 시각적, 청각적 능력을 시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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