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사실 비디오게임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다만 닌텐도가 그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닌텐도가 챙기지 않은 나머지 돈은 닌텐도가 그 돈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업체의 몫이었다. 올라프손은 그제야 닌텐도가 누리는 권력의 비밀을 깨달았다. 이들의 권력은 복잡한 장애물을 전부 뛰어넘은 자만이 닌텐도와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교활한 저작권 계약 절차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닌텐도와 일하려면 저작권 계약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계약 내용은 소니의 이미지소프트 같은 퍼블리셔 업체에 한 해 5편의 게임을 생산한 권리를 주는 것이었다. 퍼블리셔는 이러한 특권에 대한 대가로 게임 칩을 닌텐도에서 구매하고 게임에 대한 독점권을 닌텐도에 주었다. 그리고 게임이 판매될 때마다 상당한 액수의 사용료를 내는 등 여러 가지 엄격한 조건을 지켜야 했다. 올라프손은 이 계약이 정정당당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닌텐도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했다? 개발사, 제작사, 퍼블리셔에 바가지를 씌우고 싶어 했다? 게임이 실제 팔리기도 전에 모든 금액을 선불로 내길 기대했다? 좋다. 닌텐도가 시장을 통제할 권한을 어렵게 얻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가 진짜 놀란 부분은 그다음에 등장했다.

저작권 계약서에 서명한 퍼블리셔는 게임 5편 개발에 상당한 시간, 자금, 에너지를 들인다. 개발을 마치면 완성된 버전을 워싱턴 레드먼드에 있는 닌텐도 본사에 제출한다. 퍼블리셔가 게임 승인 여부를 알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다. 때에 따라서 며칠 만에 알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몇 주, 몇 달이 지나야 알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번에 승인을 받는 게임은 절대 없다는 걸 나중에 가서야 깨닫는다. 닌텐도는 수정 사항 목록을 만들어서 퍼블리셔에 팩스로 보낸다. 퍼블리셔는 목록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서 게임을 다시 닌텐도에 보낸다. 그러면 닌텐도는 수정본에 승인을 해주거나 추가 수정 사항 목록을 다시 팩스로 보내는데 후자인 때가 훨씬 더 많다. 게임이 닌텐도 기준에 적합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정을 받을 때까지 이 과정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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