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알겠습니다.” 올라프손은 이 대화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닌텐도가 원하는 방식이 그렇다면 거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 기이한 신생 산업에 대해 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이 들었든지 간에 매우 불쾌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당장 불쾌감을 드러낸다고 해서 바뀔 건 없었다. 그는 대신 링컨에게 닌텐도의 내년 홍보 계획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이군요.” 링컨은 이미 수없이 해본 듯 혼자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링컨은 마리오의 새 친구에 관해 이야기했다. 정이 안 가는 이름을 가진 녹색 공룡에 대한 얘기였는데 올라프손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현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무엇일지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몰입했다. 그렇게 조용히 브레인스토밍하던 중에 벽에 붙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동키 콩이 통을 머리 위로 들고 막 던질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시선은 링컨의 얼굴로 금세 돌아왔으나 그의 생각은 동키 콩에 머물러 있었다.

회의실에 막 들어왔을 때는 그 그림이 동키 콩을 하던 시절에 대한 원초적인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동키 콩은 가슴을 두드리며 대담하게 작고 빨간 배관공을 향해 위험한 장애물을 던지는 걸 즐기는 오만한 고릴라에 관한 이야기였다. 당시 출시된 어떤 게임과도 달랐기에 엄청나게 깨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하지만 시간과 동전을 충분히 준비해 간 플레이어가 게임 패턴을 꼼꼼히 익힌다면 깰 수 있었다. 닌텐도의 미래에 관한 링컨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앞에 앉아 있는 절대 권력자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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