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CES 첫날이 되어도 사전 회의 때보다 그다지 나아진 느낌은 없었다. 텔레비전, 음향기기, 비디오카세트 녹화기 등 전자기기 제품은 휘황찬란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당당히 진열됐지만, 비디오게임 제품은 이등칸 승객처럼 바깥에 있는 텐트로 쫓겨났다. 텐트 안에는 백여 개의 비디오게임 회사가 부스를 차리고 제품을 진열해두었다. 중앙에 무대를 넣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부스에 게임기와 주변기기를 고급스럽게 진열해둔 모습으로 행사장을 압도하는 닌텐도부터 소규모 업체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사들이 참여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은 닌텐도 부스를 ‘데스 스타(Death Star)라고 불렀다.

곧 출시할 게임의 홍보를 하계 CES까지 미뤄두기로 했기 때문에 세가는 소탈한 부스를 차리고 게임 기어를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일본에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 게임 기어는 미국에서 조금 더 매끈한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 칼린스키, 리우, 도요다는 게임 기어 집중 홍보 전략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칼린스키는 이 방법이 제네시스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세가에 새롭고 세련되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입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리우는 원래 휴대용 게임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가정용 콘솔 게임기 시장을 언젠가 추월할 것이라고 내심 믿고 있었다. 도요다는 일본 임원진들이 소프트웨어 홍보보다 하드웨어 홍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게임 기어에 집중하는 전략은 그들의 마음에 들 것이므로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았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전투형 우주 정거장으로 크기가 지름이 100km 이상 될 정도로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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