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게임 기어는 닌텐도 게임보이의 컬러판 제품이나 다름없었다. 컬러 TV가 흑백 TV를 완파한 것처럼 게임 기어도 휴대용 게임기 먹이사슬 꼭대기를 빠르게 차지하는 게 마땅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랬지만, 현실에서는 이 논리에 몇 가지 맹점이 있었다. 우선 아타리가 얼마 전 출시한 컬러 휴대용 게임기 링크스(Lynx)가 대실패를 맛보았다. 게다가 게임 기어는 배터리 수명이 형편없이 짧았고 게임 기어용으로 나온 최고의 게임은 테트리스를 베껴서 만든 아류작에 불과했다. 그외에는 그나마 EA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던 조 몬태나 풋볼 게임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출시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물은 꽤 괜찮은 편이어서 새해에 세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기대작이었다. 물론 소비자들이 EA 존 매든 풋볼의 재탕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세가 직원들이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동안, 칼린스키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침 8시에 진행된 닌텐도 기자회견을 참관했다. CES가 대중에게 개방된 행사가 아니었는데도 기자회견장은 많은 이들로 붐볐다. 이들의 발표가 박람회의 비공식 개회사여서 그렇기도 했지만, 그보다 닌텐도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뭐든 중요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칼린스키는 기자, 금융 전문가, 전자제품 업계에 있는 수많은 닌텐도 팬들에게 떠밀려 회견장 뒤쪽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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