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올라프손이 기자회견을 통해 소니가 하드웨어 사업에 뛰어들 거라고 발표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기자들은 소니가 닌텐도의 경쟁자가 되어 일본의 거대 기업 두 곳이 정면으로 맞서는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큰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이를 고질라와 모스라 전투에 비유해 극적으로 과장하는 기사가 실리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소니는 닌텐도와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소니는 1992년 말쯤 슈퍼 닌텐도에 연결해서 CD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주변기기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Nintendo PlayStation)’을 출시할 계획이다. 당시 전문가나 비전문가나 너 나 할 것 없이 음악, 영화, 비디오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 분야에서 CD가 곧 표준 데이터 전달 장치가 될 거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CD16비트 게임 카트리지의 1/10 가격으로 10배의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 게임 카트리지 고유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건 사실일지 몰라도 이건 기술적 다윈주의의 문제였다. 그리고 소니는 닌텐도와 함께 진화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이 연합은 소니에게 여러 면에서 크게 이득이었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수준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소니의 소프트웨어 퍼블리셔 이미지소프트는 아직도 게임 품질 관리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에 후자는 특히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적인 면에서 소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판매 수익은 물론이고 CD 게임기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게임 제작사로부터 닌텐도나 세가처럼 통행료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고질라와 모스라는 일본의 괴수 영화 고질라 시리즈에서 혈투를 벌이는 두 거대 괴수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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