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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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여름

“제게 여러분에게 온 세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약속할 능력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칼린스키는 전투를 앞두고 회의실을 가득 채운 직원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기울인 수고를 생각하면 그 정도 약속은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1년 후에 세가가 콘솔을 제작하고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군요.”

닌텐도 16비트 게임기는 1991823일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세가는 이를 앞두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칼린스키, 리우, 도요다는 이들이 ‘16주간의 여름’이라 이름 붙인 중요한 시기 동안 SNES가 준 충격을 완화시킬 특별 채용, 홍보, 마케팅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었다.

“안타깝게도 오늘 이 자리에서 약속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우리에게 닌텐도와 제대로 경쟁해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를 활용해서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성취해낼지 상상조차 못 하겠다는 것, 이 두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칼린스키는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고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듯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제 여름 게임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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