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주 차: 라디오가 비디오(게임) 스타를 죽였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닌텐도의 피터 메인과 빌 화이트는 곧 출시될 SNES 홍보를 위해 3개월간 2,500만 달러짜리 마케팅 공세를 펼치겠다고 공표했다. 세가의 연간 광고 예산은 닌텐도의 분기 예산보다도 적었기 때문에 세가는 조금 더 정확히 그리고 전략적으로 목표물을 추적해야 했다. 당시 세가가 겨냥한 계층은 약간 더 나이가 있고 더 똑똑한 십 대와 대학생, 그리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성인들이었다. 이미지를 조금 더 구체화해보니 이러한 사용자층은 단순히 수익을 늘려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이들은 세가에 ‘성숙한 이들이 알아볼 만한 색다른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회사’라는 이미지도 줄 수 있었다. 세가 직원들은 ‘세가’라는 이름이 브랜드명이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혁명에 가담한 이들이 비밀스럽게 주고받는 암호가 되길 바랐다.

세가는 닌텐도의 예산 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적은 금액으로 이 사용자층에 접근하기 위해 6월에 두 가지 야심 찬 홍보 전략을 내세우며 여름을 맞았다. 그 첫 번째는 ‘제네시스로 졸업하라’ 전략이었다. 이는 세가가 다음 세대 비디오게임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졸업식처럼 특별한 한 해를 제공한다는 전략이었다. 세가가 어떤 회사인지 보여주는 것은 이 전략이 노리는 부수적 효과에 불과했다. 이 전략의 궁극적 목표는 서드파티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닌텐도의 장악력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제네시스를 구매한 사용자에게 서드파티 개발사의 게임 1편을 무료로 제공했다. 여기에 참여한 서드파티 개발사 아홉 곳에는 EA와 남코(Namco)도 포함되었다. 성공하리라는 확신도 없이 세가와 함께하기로 한 서드파티 개발사에 보상을 하는 동시에 다른 게임 개발사들이 이제 닌텐도 진영을 떠나야 할지 고민을 하게 함으로써 닌텐도의 영향력에 조금씩 금을 내는 게 목표였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