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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칼린스키는 닌텐도가 등한시하는 매체인 라디오를 적극 활용해서 닌텐도의 약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는 닐슨의 추천을 받아 대담하고 멋진 스타일을 지닌 로스앤젤레스의 라디오 방송국, 102.7 KIIS-FM과 손을 잡았다. 세가와 KIIS FM은 ‘16주간의 여름’이라는 캠페인을 열고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24시간 내내 세가 광고를 내고 경품을 증정하고 세가 관련 소식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방송국은 해변이나 공연장, 번화가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도 제네시스를 체험용으로 전시해두고 세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시카고와 뉴욕에서도 비슷한 이름으로 똑같은 공격을 감행했다. 라디오에서 주도권을 거머쥐자 예상치 못한 다른 혜택도 따라왔다. 세가 제품에 큰 매력을 느낀 KIIS FM의 영업 담당 중역인 셰릴 키로스(Cheryl Quiroz)는 세가가 블록버스터 비디오(Blockbuster Video)*와 게임 대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주었다. 당시 블록버스터는 비디오게임 대여를 강력히 반대하는 닌텐도와 소송에 휘말려있었기에 기꺼이 가게 내부에 진열할 공간을 만들고 여름 내내 세가의 최신 게임을 홍보해주었을 뿐 아니라 게임 대회까지 열어주었다. 라디오 방송국 측은 그 대신 102.7 KIIS FM을 홍보할 방법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세가는 ‘16주간의 여름’이라는 이름을 흔쾌히 포기하고 ‘102일간의 여름’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16주든 102일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긴 여름이 될 거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다행히 그즈음 칼린스키는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 거의 1년간 떨어져 지내던 아내와 세 딸이 드디어 베이 지역으로 와서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 1991년 당시 비디오 및 비디오게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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