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때까지 칼린스키가 성공을 위해 활용한 도구는 자신의 매력과 기지 그리고 말재주였지만, 그 어떤 재능도 경쟁자에 대한 증오심을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약하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세가는 블록버스터가 닌텐도의 앞길에 열심히 재를 뿌려주었던 것처럼 닌텐도에 질려버린 잡지사들도 자신을 도와주리라 기대했다. 게임 잡지의 열혈 독자층은 보통 하드코어 게이머였다. 하지만 칼린스키가 접근하고 싶은 대상은 그보다 넓었다. 그는 잡지의 가장 큰 자산이 독자층이 아니라 잡지가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에 있다고 보았다. 전국 방방곡곡의 가판대, 상점에 깔린 막대한 부수의 잡지가 미니 광고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비디오게임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매일 아침 신문을 사면서 환한 색상의 게임 잡지 표지를 시야에 담는다. 그러면 작은 흔적이 만들어진다. 매일 아주 잠깐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억은 점점 더 짙어질 것이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닐슨의 몫이었다. 닐슨은 1989년 세가에 입사한 이후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늘 노력해왔다. 어떤 언론사에서 온 연락이든 모두 회신해주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전화할 때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인용문을 준비했다. <VG&CE> 사람과 점심을 먹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야 하든 <EGM>의 신입 직원을 만나기 위해 일리노이 롬바드까지 찾아가야 하든 어디에서든 늘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이렇게 업계 테이스트메이커들을 유혹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 이런 전술이 성공한 이유는 닐슨이 한 이런 노력이 사실 알고 보면 전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닐슨이 보기에 기자들은 자신이 생계를 위해 한 일을 주제로 글 쓰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닐슨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즉 남몰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기보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태도는 닌텐도와 대조를 이루어 더욱더 극적인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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