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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차: 소닉 대유행

1991년 당시 비디오게임은 영화나 책, 음반과 달리 정식 출시일이 없었다. 가게에 게임이 언제 입고될지는 유통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변수나 독립적으로 일하는 소매업체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제품을 보통 찔끔찔끔 보내왔다. 그래서 소닉 더 헤지혹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디데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몇 주에 걸쳐 가게에 파란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소닉이 등장한 나라 곳곳의 학교 운동장에서, 대학교 교정에서, 사무실 식수대 앞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칼린스키가 소닉을 번들 게임으로 넣어도 된다는 일본의 허락을 받은 덕분에 소닉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건 50달러짜리 게임이 팔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보다 세 배 더 비싼 제네시스 콘솔이 팔린다는 얘기였다. 제네시스를 산 사람들이 나중에 더 많은 게임을 추가로 살 가능성이 있다는 점보다 이들이 슈퍼 닌텐도를 사지 않고 제네시스를 선택했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바닥에 이미 금이 그어졌기 때문에 소닉과 놀려면 세가 편에 서야 했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두 배, 세 배, 네 배로 뛰었다. 사무실에서 그 숫자들을 바라보던 칼린스키는 일본에 있는 세가 이사회진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가 게임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했을 때 멍청한 계획이라고 면박을 주고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고함을 치던 이들이었다. 바로 그 순간 칼린스키는 궁금해졌다. 한 달 후까지도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그들은 어떤 기분이 될까? 칼린스키는 고소한 마음이 들었고 잠시 그런 기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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