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보젤 임원이 마침내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렇군요.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이었군요. 하지만 따라 한 티가 너무 나지 않습니까? 누가 보아도 ‘SNL(Saturday Night Live)’의 처치 레이디(Church Lady)*를 그대로 베낀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처치 레이디는 밉기라도 합니다. 따뜻한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깐깐한 캐릭터이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겉으로는 화나 보이지만, 진심으로 화를 내진 않습니다. 근데 이 광고 속 주인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

레이스가 끼어들었다. “칼린스키 씨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닌텐도와 제대로 붙어볼 생각이라면 이제 수류탄을 던질 때가 됐습니다.”

“드디어 제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 분이 나타났군요.” 칼린스키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도 제네시스 반대 연합 콘셉트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보젤 임원이 말했다.

“그랬죠. 괜찮다고 수차례 이야기했습니다. 제대로 구현한다면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거든요. 제네시스를 산 사람들이 아웃사이더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만들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건 그들에게 혼란만 심어줄 뿐입니다. 제대로 만들지 못했으니까요.” 칼린스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이들이 만들 수 있는 광고는 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명백했기에 더 말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회의실을 떠나며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 1980년대 중반부터 SNL에 등장한 캐릭터다. 양끝이 뾰족하게 위로 올라간 캣아이 스타일의 안경테를 쓰고 은발 파마머리를 한 나이 든 여성이 나와서 Church Chat이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코너의 주인공이었다. 잘난 척하는 태도로 인터뷰 상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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