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 뒤로는 50개 주의 검찰총장이 가격 담합 혐의를 이유로 닌텐도를 기소했고 닌텐도가 고객에게 2,500만 달러를 쿠폰으로 돌려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 영리한 놈들….” 칼린스키는 짜증을 넘어 감동을 느꼈다. 닌텐도는 지난 수년간 소매 사업 전략에 가해지는 연방 정부의 압력을 버텨왔다. 어떤 이는 닌텐도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일본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마녀사냥을 하는 것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닌텐도를 처음으로 기소한 날이 1941년 진주만 공격이 시작된 날짜와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1989127일이었다는 점이 이 마지막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기소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정부가 닌텐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닌텐도는 수년간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그 칼을 훔쳐다가 오히려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썼다. AT&TGE가 막대한 벌금을 냈던 것과는 달리 닌텐도는 고객에게 5달러 쿠폰을 발급하라는 처벌을 받았다. 심지어 50달러 이상을 결제해야 쓸 수 있는 쿠폰이었다. 이는 가벼운 꾸지람조차 되지 못했다. 닌텐도가 계속해서 돈을 찍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인쇄기를 사준 격이었다.

 

 


***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표현은 권력의 위험성과 무상함을 알려주는 문구로 사용된다. 이 문구의 유래는 기원전 4세기 디오니시오스 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하 다모클레스가 왕의 권세를 부러워하자 디오니시오스 왕은 그를 왕좌에 앉아보게 하였다. 그런데 왕좌 위에는 말총으로 매단 칼 한 자루가 달려있었다. 왕이 누리는 권세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아래 있는 것처럼 늘 불안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로마의 정치가 겸 철학자였던 키케로가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유명해졌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핵전쟁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를 인용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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