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1주 차: 스파이 대 스파이

한 아이가 가게로 들어온다.

아니다. 칼린스키는 잘못된 가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원하는 사용자층은 십 대와 성인이었다. 아동 사용자층은 보너스에 불과했다. 그럼 이렇게 바꿔보자. 누군가 가게로 들어온다. 누군가라고? 누군가는 너무 모호하다. 그러면 뭐라고 해야 좋을까? 가죽 재킷을 입은 십 대 청소년? 땀에 젖은 유니폼을 입은 운동광? 헐벗은 차림의 몸짱 여대생? 시장의 어떤 부분이든 빠뜨려서 좋을 게 없을 테니 모두가 동시에 들어온다고 가정해볼까? 아니야, 그러면 너무 붐빌 거야. 너무 구색을 갖춰둔 것처럼 보이면 어색해서 안 돼. 칼린스키는 광고 아이디어가 혀 끝을 뱅뱅 맴도는 것 같았다. 툭 내뱉어보려고 할 때마다 목구멍을 타고 쑥 내려가 숨어버렸다. 좋다. 이렇게 다시 시작해보자. 누군가 가게로 들어온다. 잠깐, 가게는 어떤 가게인 거지?

똑똑. 이미 열려 있는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칼린스키의 주의를 끌었다. 도요다였다. 그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멍한 표정으로 문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칼린스키는 작년 한 해 동안 도요다의 멍한 표정에 숨어있는 미묘한 차이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괜찮은 소식이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아주 좋은 소식은 아니고 나쁜 소식보다는 나을 것이다. 맞을까?

“무슨 일입니까?” 칼린스키는 살짝 염려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이 도요다의 표정을 해독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에게 익숙한 일본 문화 때문인지, 사업 수완이 뛰어난 사람들의 엉큼한 천성 때문인지 도요다는 모호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었고 칼린스키는 그의 생각을 기꺼이 존중할 마음이 있었다.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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