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적절한 대답인데요!” 미소를 머금은 채 의자에 기대어 앉는 레이스의 모습은 꼭 인생에 맥주, 여자, 야구만 있다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슨 얘길 하려고 부른 겁니까? 요즘 좀 지쳐 보여요. 활기차지만 뭔가 진이 빠진 느낌이랄까.”

“그랬나요?” 칼린스키는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답했다.

“잘 숨기긴 했어요. 근데 어떤 각도에서 보면 좀 티가 나더군요.”

칼린스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면 자기 생각보다 자신이 더 지쳐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내와 세 딸이 있으니까요. 지쳐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

“그렇겠네요. 그런데 오늘 제가 맡을 역할이 결혼 생활 상담사인가요? 해드리는 건 문제가 없는데 상담료는 두둑하게 내셔야 할 텐데요.” 레이스가 말했다.

“하,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이 맡을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맞습니다. 물론 프리랜서로 우리 일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식 직원이 되어서 마케팅 업무를 전반적으로 책임져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 이제 곧 아주 특별한 일을 벌일 생각인데 당신이 와서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칼린스키에게는 세가가 곧 새로운 시대를 열 거라는 걸 믿을 의무,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믿음을 전파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처음으로 그의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해줄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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