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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 차: EBVB

레이크 타호 지역에 있는 스쿼 밸리가 196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곳이 해발 1,89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높이가 그 절반에 이르며 연간 적설량이 1,140센티미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하지만 엘런 베스 밴 버스커크(Ellen Beth Van Buskirk)는 이 모든 사실뿐 아니라 그 외에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 리프트 26개, 최신식 케이블 카 1대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1960년에 동계 올림픽을 주최했다는 점뿐 아니라 그 올림픽이 텔레비전으로 방송한 최초의 올림픽이었다는 점도 알았다. 심지어 올림픽이 시작되기 1주일 전까지 눈이 내리지 않아서 방송국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한마디로 EBVB는 스쿼 밸리에 관한 모든 걸 아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스키 타는 걸 좋아하지도, 스키 관련 상식이 풍부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와 장거리 달리기였다. 하지만 스쿼 크리크(Squaw Creek)에 새로 생긴 리조트의 마케팅 서비스 담당자가 된 이상 의무적으로 관련된 모든 것을 외워야 한다고 느꼈다. 책임감이나 강박적인 성향이 덜했다면 관련 사실 대부분이 안내 책자 어딘가에 안전하게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 만족했겠지만, 밴 버스커크는 이런 정보가 자신의 머릿속 금고에 잘 보관되어 있어야 안심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더 어렵고 더 재미있었으며 자신의 업무가 스키 리조트에 있는 405개 방을 관리하는 데까지 전락한 현실을 잊고 지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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