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드디어 전화가 울렸다. 스티브 레이스였다. “뭐 해요?”

“뻔하죠, 뭐. 그럭저럭요.” 밴 버스커크가 답했다. 레이스를 알게 된 지도 거의 5년이 지났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태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상대를 당황스럽게 하는 그의 성격은 여전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986년 월드 오브 원더에서 홍보 업무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는 그녀가 언젠가 업계의 거물이 될 거라고 말하곤 했다. 누구에게나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의 말에는 꼭 그게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냥 집에서 TV 보는 중이었는데 이제 나가서 달리기나 좀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니,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얘기예요. 무슨 일 해요?”

“아, 레이크 타호에 있는 스키 리조트 운영하는 일을 맡았어요.”

“오, 그렇군요.” 그녀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약간 놀란 눈치였다.

“여자들끼리 아자 아자 하던, 그 홍보 대행사는 어쩌고요?” 1988년 밴 버스커크가 당시 홍보업계에서 떠오르는 스타였던 세 여성, 모리스(Morris), 웹스터(Webster), 스미스(Smith)와 함께 차린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회사였건만 2년 정도 지난 후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에 가득 차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밴 버스커크는 회사가 무너져 내린 사유가 못내 찜찜했기 때문에 레이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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