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다행히 그녀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밴 버스커크는 품위와 통찰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았다. 레이스가 단거리 주자라도 된 것처럼 사는 사람이라면 밴 버스커크는 찬찬히 마라톤을 준비하는 선수 같았다. 통성명한 후 자기소개를 비롯해 잠깐 담소를 나눈 뒤 그녀는 닐슨에게 대부분 스쿼 밸리 관련 내용으로 채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내밀었다. 닐슨은 포트폴리오를 펼쳐 순식간에 훑어보고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렇게 엉망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닐슨은 입을 떼려다가 그냥 있어 보기로 했다. 답을 하지 않으면 그녀의 기분이 상할지 궁금했다. 그는 이렇게 미묘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시험해보길 좋아했다. 그는 대부분 삶이 이렇게 미묘하고 이상한 상황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고 닐슨과 ‘duck sauce(오리 소스)’의 어원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duck sauce’라니, 정말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soy sauce(간장)’는 ‘soy(콩)’로 만들고 ‘hot mustard’는 ‘mustard(머스터드)’가 들어가는 ‘hot(매운)’ 소스니까 그렇다 쳐요. 근데 ‘duck sauce’는….”

닐슨은 오렌지 색 소스가 담긴 작은 그릇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소스를 만들기 위해 오리를 희생한 건 아닌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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