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러한 생각에 잠겨서 스토리보드를 바라보던 그의 귀에 사무실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마 누군가와의 말싸움에서 또 한 번 승리를 거두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리우일 것이다. 아니면 닌텐도의 화를 돋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또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얘기를 시작하러 온 닐슨일 수도 있다. 월마트에 보낼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최근 판매량 데이터를 가지고 오는 번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도 아니라면 세가 오브 재팬의 실망스러운 최근 판매량 데이터를 들고 도요다가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아마도….

아무나. 바로 이게 칼린스키가 찾아 헤매던 답이었다. 닌텐도는 아이들을 원했지만, 세가는 아무나 상관없었다. 광고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세가의 고객은 십 대, 운동광, 여대생 등 누구나 될 수 있었다. 보젤이 만든 광고는 이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광고 속 영업 사원이 꼭 ‘중고차 영업학과’라도 졸업한 듯 보이는 게 흠이지만, 광고는 특정 고객이 아니라 아무 고객이나 상관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가의 이상적인 고객은 아무나 그리고 누구나 될 수 있었다.

광고는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이었고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이제 닌텐도의 면전에 발사할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었다. 예산 문제나 두렵다는 이유로 일본 측에서 광고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은 ‘천둥소리’ 전략을 만들어두었다. 광고를 몇 주에 걸쳐 꾸준히 내보내거나 천천히 가속도를 올리는 대신에 초반에 최대한 많이 광고를 내보내고 그 이후에는 드문드문 내보내는 전략이었다. 놓치는 이가 없도록 처음에는 번개 치듯 강력하게 광고를 내보내고 이후 몇 주간 작은 천둥소리로 메시지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도요다 시노부가 세가 오브 재팬의 공격을 잘 막아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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