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달 말 칼린스키는 닐슨, 도요다, 번스와 함께 뉴욕으로 날아갔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하지만 이후 몇 시간 동안 이들은 오로지 텐겐 일에 집중할 예정이었다.

네 사람은 JFK 공항에 도착한 후 짐을 위탁 수하물로 부친 바보들을 비웃으며 기내에 휴대했던 짐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와 심하게 찌그러진 택시 한 대를 불러 세웠다. 칼린스키가 조수석에 앉자 나머지 세 사람은 뒷좌석에 적응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면서 별 의미없는 생각들을 떠올렸다.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콜로세움 컨벤션 센터로 가주세요.” 칼린스키는 기사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닐슨, 도요다, 번스가 함께 뒷자리에 끼어 앉아있는 모습을 사진 찍듯이 마음속에 새겼다. “영화 주인공이나 관광객이 할 법한 진부한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기사님, 세게 밟으셔도 좋습니다.”

“너무 늦진 않을까요?” 도요다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이러다 망할 거 같은데요?” 번스가 답했다.

“아니에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우리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칼린스키 특유의 경쾌한 말투였다.

닐슨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고층 빌딩들을 눈에 담으며 말했다.

“우린 최선을 다했어요. 우리의 운명은 트래피클리스(Trafficles) 님의 손에 달렸어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트래피클리스 몰라요? 교통 정체를 담당하는 그리스 신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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