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세가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압제적인 현실에 저항해 다음 세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현을 이끌 재미있고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회사라는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미지에서 빗나가지 않는 한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볼 의향이 있었다. 닌텐도의 적과 한 이불을 덮는다는 아이디어도 이러한 그의 목표에 꼭 들어맞았기에 도요다가 텐겐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

도요다는 나카야마의 명을 받고 CEO 댄 밴 엘더렌(Dan Van Elderen)을 통해 텐겐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세가와 텐겐이 손을 잡는 건 이치에 맞았다. 세가에는 더 많은 게임이 필요했고 텐겐은 좋은 게임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두 회사 관계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더욱 잘 들어맞는 면이 있었다. 사실 나카야마는 지난 수년간 은밀히 텐겐을 도와주었다. 칼린스키도 얼마 전에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일반 대중에게는 당연히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카야마는 닌텐도의 세력을 약화시키고자 닌텐도와 소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주었다. 칼린스키는 언제 시작된 일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텐겐이 애초에 NES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것도 혹시 세가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나카야마에게 명확한 대답을 듣겠다는 건 마치 그림자를 붙잡은 뒤 건초 더미에서 찾아낸 바늘로 그림자의 이를 빼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칼린스키가 나카야마를 존경하긴 했지만 세가에 근무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열어보는 문마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는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에 집착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회사 일과 관련해 아직도 가끔 놀랄 일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칼린스키에게 세가 오브 아메리카를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한 약속은 어긴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교묘한 술수를 좋아하는 나카야마의 성향 덕분에 텐겐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혜택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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