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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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가치가 있다

갈색 이파리가 잔뜩 매달린 굵은 나무, 노쇠한 도로, 또 다른 주차장. 칼린스키의 새 사무실에서 보는 전망은 몇 달 전 소니 임원들과 저녁을 먹었던 건물 꼭대기 층에서 본 웅장한 전망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칼린스키는 꽤 만족스러웠다. 새 전망은 자신과 동료들이 함께 직접 쟁취한 결과이자 뼈를 깎는 마음으로 상상하고 혁신하고 실험해서 얻어낸 보상이었다. 비상한 노력으로 연이은 성공을 경험한 덕분에 1991년 말 세가는 새 건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레드우드 시티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영업, 시장조사, 인사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2층은 마케팅이나 법무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공간과 중역 사무실로 채워졌다. 이전에 썼던 사무실보다는 레드우드 시티 사무실이 조금 더 격식을 갖추긴 했지만 여전히 미완의 느낌이 드는 변변치 않은 공간 탓에 ‘더 제퍼슨스(The Jeffersons)*의 주제곡 ‘MovinOn Up’ 같은 기분을 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시장 반응이 이제야 좀 뜨거워지고 있었으므로 서로 칭찬하고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 CBS에서 1975년부터 1985년까지 방영된 시트콤이다. 퀸즈에서 노동자 계급으로 살던 제퍼슨가 사람들이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로 이사 오며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주제곡인 ‘MovinOn Up’은 고생 끝에 낙을 맞이한 주인공 가족의 즐거운 마음을 담은 경쾌한 가스펠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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